사진 = 프로미스나인 SNS

 

K팝 아이돌들이 앞다투어 야구장을 찾고 있다.

 

지난 28일 2026 KBO 정규시즌이 개막했다. 아직 개막 첫 주가 채 지나지 않았지만 시구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K팝 아이돌은 프로미스나인 채영, 엔시티 쟈니, 피원하모니 테오, 있지 유나, 유나이트 시온과 은호, 트리플에스 김채연, 코르티스 건호와 제임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태현 등 벌써 열 명에 달한다. 아이돌들이 시구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야구 관중 수는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KBO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4년 총 관중 수는 약 1,088만 명으로 2023년 대비 34% 증가했으며, 2025 시즌에는 총 관중 수 약 1,231만 명을 기록하면서 1982년 출범 이후 역대 최고 흥행 시즌을 갱신했다.

 

이러한 흥행을 이끈 신규 관객들은 K팝 아이돌에게도 유효한 잠재적 고객층이었다. 2024년 새롭게 체결된 중계방송권 계약에 따라 경기 영상 활용 제한이 풀리고 구단이 뉴미디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20-30대 여성들이 야구장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티켓을 예매하고 현장을 직접 찾은 경험이 있는 관객들이다. 중계가 아닌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 공연 문화에 이미 친숙한 층이기도 했다. 기존 50-60대 야구 관중에 비하면 이들의 발걸음을 K팝 콘서트나 팬미팅으로 이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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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엔시티 SNS

 

아이돌들이 야구장을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그룹의 멤버에서 성장해 엔터테이너로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경우다. 지난 3월 29일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시구를 선보인 엔시티 쟈니는 작년부터 개인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9월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라이프스타일 토크 콘텐츠 ‘메리톡 (Merry Talk)’의 단독 MC로 발탁된 데 이어 유튜브 콘텐츠 ‘쟌소리’에서 메인 진행을 맡았으며 전 농구 국가대표 서장훈이 감독으로 변신한 SBS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열혈농구단: 라이징이글스’에서도 활약을 보였다.

 

지난 3월 28일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 시구자로 나섰던 프로미스나인 채영 역시 작년 6월부터 유튜브 콘텐츠 ‘성수기’에 출연하며 팬들과 꾸준히 소통해왔다. KBS 가요대축제에서 선보인 ‘짧은 치마’ 커버 무대로 큰 화제를 일으킨 데 이어, 최근 잡지 ‘싱글즈’ 3월호에서는 멤버들 없이 홀로 화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에게 시구대란 홍보할 앨범이나 작품이 있어서 서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콘텐츠를 보여주는 무대 그 자체이다. 시구 영상이나 유니폼을 입은 사진이 SNS에서 소비되는 방식도 직캠이나 예능 클립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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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피원하모니 SNS

 

있지 유나와 피원하모니 테오의 경우는 결이 다르다. 지난 3월 12일 아홉 번째 미니 앨범 ‘UNIQUE’를 발매한 피원하모니 테오는 어제(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로 향했다. 시구와 함께 애국가 가창도 선보였다. 3월 23일 첫 번째 솔로 앨범 ‘Ice Cream’으로 데뷔한 유나는 오늘(1일) 잠실야구장의 마운드에 오른다. 정신없는 컴백 2주 차, 아직 음악방송 활동 중임에도 불구하고 평일 시구에 나서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야구장이라는 공간이 팬덤 외부에 위치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되는 셈이다. 애국가 가창을 병행해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를 강조하는 것도, 음악적으로 가장 바쁜 시점에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는 것도 모두 앨범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두 갈래 모두 야구장을 택했지만 목적이 다르다. 쟈니와 채영은 ‘나’를 보여주기 위해, 유나와 테오는 ‘지금 이 순간’을 알리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다. 이는 K팝 아이돌에게 야구장이 더 이상 단순한 행사 장소나 어린 시절부터 개인적으로 응원해온 구단에 팬심을 밝히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필요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한 플랫폼이 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야구장이 커질수록 그 위에 서려는 아이돌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목적이 무엇이든, 아이돌들은 이미 야구장의 가능성을 알아챘다. 개막 후 열흘 사이 시구 라인업에만 이미 열 명, 시즌이 끝날 무렵엔 그 숫자가 얼마나 늘어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