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의 세 걸그룹이 연달아 같은 장르로 컴백하는 건 득일까 독일까.
지난달 하이브 소속 세 아이돌 캣츠아이, 르세라핌, 아일릿이 모두 테크노 장르의 곡을 발매했다. 4월 10일 발매된 캣츠아이의 'PINKY UP', 4월 24일 발매된 르세라핌의 'CELEBRATION', 4월 30일 발매된 아일릿의 'It's Me'가 그 주인공이다.
캣츠아이의 'PINKY UP'은 같은 날 개막한 코첼라(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를 겨냥해 발매된 디지털 싱글로, 실제로 캣츠아이의 코첼라 공연 오프닝곡으로 사용됐다. 빠른 템포와 강렬한 에너지가 페스티벌 분위기를 고조시키기에 탁월한 곡이다. 그로부터 2주 뒤 공개된 르세라핌의 'CELEBRATION'은 5월 22일 발매 예정인 정규 2집 'PUREFLOW pt.1'의 선공개곡이다. 마지막으로 아일릿의 'It's Me'는 4월 30일 발매된 네 번째 미니 앨범 'MAMIHLAPINATAPAI'의 타이틀곡으로, 첫 데이트 이후 관계 정의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상대에게 "너의 최애는 바로 나야!"라고 외치는 당돌한 사랑의 모습을 그린다.
같은 장르, 비슷한 분위기의 곡이 연속해서 발매될 경우 우려되는 지점은 분명 존재한다. 대중들의 피로도가 누적되어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고, 특히 같은 소속사 아티스트들이 유사한 콘셉트를 동시다발적으로 들고 나올 경우 자가복제 논란으로 번지기 쉽다. 그룹만의 고유한 매력을 기대하는 팬덤이 실망을 느끼고 이탈할 위험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 팀은 같은 장르 안에서도 저마다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켰다. 캣츠아이는 미국을 기점으로 한 글로벌 그룹다운 파격적이고 화려한 의상, 파워풀한 안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관용적으로 '우아한 척하다'는 의미인 곡명을 비롯해 가사에 소크라테스의 격언을 인용하는 등 영어 구사자들에게 친숙하게 느껴질 요소가 곳곳에 담겼다. 음악적으로도 프리 코러스에서 보컬 멜로디가 전면에 드러나며 세 곡 중 가장 팝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르세라핌은 데뷔 초부터 이어온 세계관을 한층 깊게 발전시켰다. 그룹명 LE SSERAFIM이 '두려움이 없다'는 뜻인 영단어 FEARLESS의 애너그램(문자의 배열을 바꾸어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만드는 것)인 만큼, ‘두려움’은 줄곧 이들의 세계관에서 중요한 키워드였다. 데뷔 초 '두려움이 없기에 강하다'고 노래하던 이들이 이번엔 '두려움을 인정하고 이를 마주할 내면의 힘을 갖게 된 순간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김채원과 허윤진이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며 진정성도 더했다.

아일릿은 처음 도전하는 테크노 장르 안에서도 아일릿 코어를 놓치지 않았다. '답답넙치', '수수방관' 같은 재치 넘치는 가사는 '빌려온 고양이'의 '꿍실냐옹', 'NOT CUTE ANYMORE'의 '한정판 콩국수'로 이어져 온 아일릿 특유의 유머 감각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마법소녀 변신 장면을 연상시키는 안무, 프릴 스커트와 신부 베일을 활용한 의상까지, 테크노와 아일릿만의 감성이 절묘하게 맞닿았다.

세 팀은 서로의 곡을 경쟁 상대로 여기는 대신 연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아일릿 이로하·윤아가 'PINKY UP' 챌린지를, 르세라핌 김채원·카즈하, 캣츠아이 소피아가 각각 'It's Me' 챌린지를, 아일릿 원희·이로하는 'CELEBRATION' 챌린지를 함께 촬영하며 서로를 응원했다. 캣츠아이 윤채는 라이브 방송에서 "PINKY UP, It's Me, CELEBRATION 세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신나고 싶을 때마다 듣는다"고 언급했고, 르세라핌 김채원·허윤진·카즈하는 보컬룸 라이브 방송 중 'PINKY UP'과 'It's Me'를 틀고 함께 안무를 추기도 했다. 지난 7일에는 세 팀이 모두 한곳에 모여 서로의 음악을 즐기는 숏폼 영상을 공개하며 이들의 특별한 유대감을 드러냈다.
같은 장르, 같은 소속사라는 조건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 팀은 같은 테크노 리듬 위에서 전혀 다른 세 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각자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경쟁이 아닌 시너지로 여기며 연대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득이냐 독이냐는 물음은,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된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크래비티 "퇴근 전 개념·눈치·예의 챙겼는지 매일 확인" [인터뷰 ③]](/_next/image?url=https%3A%2F%2Fresource.hanteonews.com%2Fcontent%2Fpost%2F2026%2F04%2F28%2Fdd63149c-6441-43b7-99f9-c83cef1d8a4a.png&w=3840&q=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