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빌리프랩, 빅히트 뮤직, SM엔터테인먼트

 

[한터뉴스 = 강수영 기자] K팝 팬이라면 최근 티켓팅에서 뭔가가 달라진 걸 눈치챘을 것이다. 올봄을 기점으로 한국 거주 팬클럽 회원에게 예매 우선권을 주는 국내 선예매 제도가 잇따라 도입되면서, 공연 티켓팅에 새로운 질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포문을 연  엔하이픈(ENHYPEN)이다. 지난 5월 서울 월드투어 공연 예매에서 팬클럽 멤버십을 국내 페이지와 그 외로 나눠 국내 거주 팬이 먼저 표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 해외 거주 팬 예매는 하루 늦게 열렸다. 이 방식은 6월 들어 빠르게 번졌다. 코르티스(CORTIS)는 첫 투어 인천 공연 예매 창구를 팬덤 멤버십 국내 페이지, 글로벌, 일반 예매 순으로 세 갈래로 나눴다. 에스파(aespa)는 서울 투어 공연에서 국내 팬클럽 선예매를 글로벌보다 닷새 앞서 열었다. 레드벨벳(Red Velvet) 팬콘서트와 엔시티 드림(NCT DREAM) 데뷔 10주년 팬미팅도 같은 방식을 택했다. 불과 두 달 사이, 공연 형태를 가리지 않고 같은 구조가 대형 기획사들 사이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 흐름이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니다. 그 이전까지 암표를 막는 방식은 주로 공연 현장에서의 본인 확인이었다. 티켓에 적힌 이름과 관객의 신분증을 대조하고, 사진을 비교하거나 심지어는 주민번호 뒷자리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암표 근절에 실질적인 효과가 없었다. 암표상은 이미 웃돈을 받고 티켓을 판 뒤라 현장에서 입장이 거부되어도 손해가 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암표를 산 팬이 돈을 잃고 입장도 못하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2024년 아이유 서울 콘서트, 2025년 데이식스 팬미팅에서 과도한 본인 확인 절차로 관객의 인권이 침해됐다는 사례가 공론화되면서 소속사들이 사과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본인 확인을 강하게 하면 팬이 피해를 입고, 그렇다고 느슨하게 하면 암표상이 활개를 치는 딜레마였다. 올해 1월 통과된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이 딜레마를 제도적으로 해소하는 시도다.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웃돈을 받고 티켓을 파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 됐다. 암표상 입장에서는 처벌 위험을 감수하며 티켓을 선점할 이유가 줄었다. 주최 측 입장에서는 되팔 사람이 아닌 실제 관람객에게 티켓이 돌아가야 당일 객석이 채워진다. 국내 선예매는 이 조건 위에서 유효해졌다.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의 내용은 강력하다. 암표 판매금액의 최대 50배 이하 과징금 부과, 부정 거래로 취득한 이익 몰수·추징, 신고포상금 지급과 신고기관 지정까지 담겼다. 지난 3월에는 문체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주요 입장권 예매처, 중고거래 플랫폼 등 18개 기관이 참여하는 암표 방지 민관협의체가 출범했다. 같은 달 방탄소년단(BTS) 고양·광화문 공연 관련 고액 암표 의심 사례 4건, 105매를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2025년 공연 티켓 판매액이 1조 7,3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8% 증가하며 시장이 커진 만큼, 공정한 유통 질서를 만들려는 제도적 압력도 그만큼 커졌다.

 

업계의 자율과 정부의 제도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공연 티켓팅에서 국내 팬의 접근성을 높이고, 암표로 이익을 취하는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것. 두 흐름이 맞닿는 지점에서, K팝 공연 티켓팅의 새로운 표준이 만들어지고 있다.

 

grace@hant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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