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큐브 엔터테인먼트)

 

[한터뉴스= 정준화 기자] 발매 열흘째 되는 날 아침, 순위표가 바뀌었다. 전소연의 첫 솔로 정규 앨범 '끝내주는 인생'의 타이틀곡 '퇴사할게여 (Narr. 기안84)'가 17일 오전 8시 멜론 TOP100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 7일 발매 직후 50위권에서 출발한 이 곡은 13위(14일), 6위(15일)를 거쳐 열흘 만에 정상을 밟았고, 오전 10시까지 세 시간 동안 1위를 지킨 뒤 11시 차트에서 2위로 내려왔다. 마지막 계단을 오른 시각이 하필 출근 시간이라는 점이, 이 곡이 지나온 길을 압축해 보여준다.

멜론 TOP100은 최근 24시간 이용량과 최근 1시간 이용량을 함께 반영하되, 이용자가 적은 새벽 1시부터 7시까지는 24시간 이용량만 100% 반영해 발행한다. 오전 8시 차트는 그날 처음으로 '직전 한 시간'의 청취가 다시 반영되는 순간이다. 이날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3위, 6시와 7시 2위였던 '퇴사할게여'는 8시 차트에서 리센느 'LOVE ATTACK'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다. 출근길 한 시간의 스트리밍이 정상을 만든 셈이다.  

곡이 세상에 알려진 방식부터 평범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밤 전소연은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사옥을 배경으로 손을 펼친 사진과 함께 "퇴사할게여"라는 문구를 올렸다. 2024년 재계약을 앞두고 콘서트 무대에서 계약 종료 시점을 언급하는 가사를 선보여 갈등설이 번졌던 전력이 있는 만큼, 커뮤니티에는 결별설과 저격설이 순식간에 퍼졌다. 이튿날 공개된 트랙리스트는 옛 CRT 모니터 화면 속 사직서 양식이었고, 사유란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끝내주는 인생'을 시작하기 위하여 사직하고자 한다"고 적혀 있었다. 

팬의 불안을 지렛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논란을 먼저 만들고 반박하는 패턴이 반복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소연은 지난 2일 방송된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할머니가 돼도 계속하고 싶고 절대 퇴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이 오해를 정면 돌파했다.

발매 후 확산의 동력은 팬덤 바깥에서 왔다. 뮤직비디오에는 공개 이틀 만에 5,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새벽 퇴근길 차에서 펑펑 울었다", "퇴사하는 날 이 노래를 듣는 날을 꿈꾼다" 같은 경험담이 이어지며 댓글창이 하나의 소통 공간이 됐다. 

전소연은 발매 당시 "안정적인 미래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고, 내레이션을 기안84에게 맡긴 이유로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낭만적으로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숏폼에서는 세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챌린지가 시작됐다. 서인국, 이영지, 라이즈 소희, 아일릿 이로하가 댄스 챌린지에 참여했고, 리센느 미나미와 유튜버 NIDA는 노래 챌린지로 합류했다. 뮤직비디오에 깜짝 출연한 배우 선우용여까지 챌린지에 나섰다. 한 채용 플랫폼이 공식 계정으로 "그래요 소연씨 얼른 퇴사하고 이직해요"라는 댓글을 남기는 등 브랜드 계정의 참여도 이어졌다. 

그 결과 곡은 국내 유튜브 일간 쇼츠 인기곡 1위와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1위, 인스타그램 릴스 인기 상승 오디오 5위에 올랐다. 일반 이용자들이 실제 퇴사 장면에 이 곡을 입힌 영상이 늘면서 노래는 하나의 밈이 됐다.

가장 논쟁적인 국면은 발매 직후 제기된 유사성 지적이었다. 도입부가 2005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밴드 익스의 '잘 부탁드립니다'와 닮았다는 것이다. 전소연은 9일 MBC '라디오스타'에서 "'잘 부탁드립니다' 특유의 느낌을 오마주하고 싶어 이상미 선배님께 직접 연락드려 허락을 구했다"고 밝혔고, 이튿날 익스 출신 이상미와 함께 찍은 챌린지 영상이 공개됐다.

촬영 시점이 논란 이후가 아니냐는 의혹에 이상미는 11일 "여러분, 억측은 그만해 주세요", "릴스 찍은 날은 소연 생일날이에요! 8월에 진작 찍었답니다"라고 직접 해명했다.

오마주 사실을 뒤늦게 알리는 방식이 결과적으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신곡의 노출을 확대한 셈이다. 영리한 전략이 일종의 '셀프 바이럴' 효과로 이어진 상황이다. 

스트리밍에서만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 아니다. 한터차트 집계 기준 '끝내주는 인생'의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은 7만 5천여 장으로, 2021년 미니 1집 'Windy'의 두 배 수준이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1주일 만에 1,200만 회를 넘었다. 17일 오전 7시 기준  바이브 1위, 플로 3위, 지니 4위, 벅스 4위, 스포티파이 8위로 여섯 플랫폼 중 다섯 곳에서 10위 안에 들었다. 전소연 개인으로는 솔로 커리어 하이다.

논란을 자산으로 바꾸는 방식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지만, 정상에 도달한 힘이 결국 "지금 이 순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노래의 메시지에서 나왔다는 데는 이견이 적다. 노래 제목과 달리, 전소연은 퇴사는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아 보인다.

joonamana@hanteo.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