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제공)

 

[한터뉴스= 정준화 기자] 올해 가요계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을 쓴 걸그룹이 첫 정면승부에 나선다. 리센느가 그 주인공이다.

22일 소속사 더뮤즈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리센느(원이, 리브, 미나미, 메이, 제나)는 11월 3일 미니 4집 'PULSE'를 발매한다. 7월 리메이크 싱글 'Pretty Girl' 이후 약 4개월, 실물 미니앨범으로는 지난해 11월 미니 3집 'lip bomb' 이후 1년 만이다. 

리메이크가 아닌 신곡으로 따지면 4월 디지털 싱글 'Runaway' 이후 7개월 만이다. 역주행으로 대세가 된 팀이 처음으로 '지금의 리센느'를 담은 오리지널 앨범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이번 컴백은 올가을 가요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험대 가운데 하나다.

출발점은 음악 외부에 있었었다. 올봄 리더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갸루 분장을 한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원이의 고향을 두고 '거제 야호'를 외친 장면이 쇼트폼을 타고 번졌다. 이후 이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멤버들의 인간적인 다양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팬 층이 다양하고 두껍게 쌓였다.

멜론 집계로는 이후 리센느를 검색한 이용자 수가 약 66배 늘었다. 관심은 곧 2024년 8월 발매한 미니 1집 'SCENEDROME'의 타이틀곡 'LOVE ATTACK'으로 옮겨 갔다. 이 곡은 발매 약 2년 만인 올해 7월 멜론 TOP100 정상에 올랐고, 8월에는 멜론 월간 차트 1위까지 차지했다. 2021년 브레이브걸스 '롤린' 이후 보기 드문 규모의 역주행이다. 원이의 채널은 구독자 200만 명을 넘었고, 리센느는 멤버들의 고향에서 각자 홍보대사로도 위촉됐다.

주목할 점은 역주행이 한 곡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22일 오후 2시 멜론 TOP100에서 리센느는 'LOVE ATTACK' 2위, 'Deja Vu' 4위, 'Pretty Girl' 6위로 10위 안에 세 곡을 올려 두고 있었다. 'Deja Vu'의 4위는 이달 중순까지 알려진 최고 기록 5위보다 한 계단 높은 자리이고, 'Runaway'도 54위에 머물러 있다. 

카라의 2008년 곡을 다시 부른 'Pretty Girl'로는 데뷔 첫 음악방송 1위를 포함해 4관왕에 올라, 'LOVE ATTACK'과 합쳐 음악방송 트로피 6개를 모았다. 특정 활동곡이 아니라 팀의 카탈로그 전체가 소비되고 있다는 것은 밈으로 유입된 관심이 음악 자체에 대한 호감으로 번졌다는 방증이다. 편안하게 들리는 선율과 멤버들의 음색, 안정적인 가창이 그 호감을 붙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첫 번째 기대 포인트는 단연 신곡이다. 지금 리센느를 대표하는 곡은 모두 과거 곡이거나 리메이크다. 'LOVE ATTACK'은 발매 당시부터 완성도를 인정받은 곡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역주행 이후 팀의 이름을 걸 만한 신곡은 아직 없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PULSE'의 타이틀곡은 이 두 시각 사이에서 답을 내야 한다. 대중이 이미 좋아하게 된 리센느 특유의 이지리스닝 결을 이어 갈지, 새로운 방향으로 영역을 넓힐지가 관전 포인트다.

두 번째는 콘셉트다. 리센느는 앨범마다 향기를 전면에 내세워 왔다. 풀 향, 베리 향, 인센스 향을 거쳐 'Pretty Girl'에서는 자몽 향을 입혔다. 맥박을 뜻하는 'PULSE'라는 제목이 어떤 향과 사운드로 이어질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향기라는 일관된 장치는 올해 급격히 늘어난 신규 팬들에게 팀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친절한 입구가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음반이다. 이번 앨범은 역주행 이후 처음 나오는 실물 앨범이다. 올해 리센느의 성과는 대부분 음원과 방송에서 나왔고, 실물 앨범 판매로는 아직 검증받은 적이 없다. 스트리밍으로 확인된 대중적 호감이 팬덤의 구매로 얼마나 전환됐는지는 한터차트 초동 집계가 가장 먼저 보여 줄 것이다. 팬 플랫폼과 대규모 프로모션 없이 성장한 팀이라는 점에서, 이 숫자는 중소 기획사 아이돌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네 번째는 타이밍이다. 리센느는 11월 14~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처음으로 이틀간 열리는 MMA 2026의 2차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컴백 11일 뒤 연말 시상식 무대에 신곡을 들고 서는 셈이다. 역주행으로 한 해를 채운 팀이 연말 무대에서 과거 곡이 아닌 새 노래를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은 이번 컴백 일정이 가진 가장 큰 이점이다.

산업적 의미도 작지 않다. 더뮤즈엔터테인먼트는 리센느가 유일한 소속 그룹인 신생 기획사다. 역주행 이후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4월 투자 유치 당시의 두 배를 웃도는 약 6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기획사가 자본을 앞세워 팬 플랫폼과 자체 콘텐츠, 글로벌 프로모션을 패키지로 운용하는 시장에서, 멤버의 말투와 지역성, 덜 다듬어진 예능감이 살아 있는 콘텐츠로 돌파구를 연 사례이기 때문이다.

원이가 고향 거제에서 바다에 뛰어들고 동네 어른들의 환대를 받는 영상, 미나미가 일본의 모교를 찾아가는 영상처럼 연출되지 않은 듯한 이야기가 팀에 대한 애정을 두텁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신중론도 분명하다. 알고리즘 시대에는 발견되기 쉬운 만큼 잊히기도 쉽다. '중소돌의 기적'이라는 서사 역시 이미 한 차례 소비됐다. 쇼트폼으로 유입된 관심을 진성 팬층으로 붙잡으려면 결국 좋은 노래를 연달아 내놓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평단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ID의 '위아래'와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처럼 역주행으로 정상에 선 팀들에게 늘 다음 곡에 대한 질문이 따라붙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PULSE'가 짊어진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리센느의 2026년은 발견의 해였다. 11월 3일은 발견된 팀이 스스로 무엇을 보여 줄 수 있는지를 처음 묻는 날이다. 차트 10위 안에 세 곡을 올려 둔 채 신곡을 내는 걸그룹은 흔치 않다. 과거 곡들이 만든 호감의 맥박이 신곡까지 이어질 때, 역주행은 비로소 정주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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