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터뉴스= 정준화 기자] 1세대 걸그룹 핑클이 다시 한 팀으로 움직인다. 

젬스톤이앤엠은 21일 이효리, 옥주현, 이진, 성유리 네 멤버와 함께 핑클의 완전체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 사람이 핑클이라는 이름을 걸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는 것은 2005년 디지털 싱글 'Forever Fin.K.L' 이후 약 21년 만이다. 

소속사는 이번 행보를 단발성 만남이 아닌 지속적인 활동을 위한 새 출발로 규정했고, 오랫동안 기다려 온 팬들과 새로운 순간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겠다고 전했다. 다만 앨범인지 공연인지, 언제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1998년 5월 1집 'Blue Rain'으로 데뷔한 핑클은 '내 남자친구에게', '영원한 사랑', 'Now', '영원'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S.E.S.와 함께 1세대 걸그룹 시대를 양분했다. 청순한 이미지에서 출발해 강렬하고 성숙한 콘셉트까지 소화했고, 여성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가요 시상식 대상을 받으며 대중성과 팬덤을 함께 쥐었다.

 2002년 네 번째 정규 앨범 이후 멤버들은 솔로 가수와 방송인(이효리), 뮤지컬 배우(옥주현), 연기자(이진·성유리)로 흩어져 각자의 영역에서 자리를 잡았다. 공식 해체를 선언한 적 없이 '활동을 멈춘 팀'으로 남았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핑클이라는 이름을 오래 살아 있게 한 힘이었다.

네 사람이 다시 모인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JTBC 예능 '캠핑클럽'에서 14년 만에 재회한 이들은 데뷔 21주년에 맞춰 신곡 '남아있는 노래처럼'을 발표했다. 김현철이 프로듀싱하고 멤버들이 직접 노랫말을 쓴 이 곡은 발매 이튿날 오전 벅스, 네이버, 소리바다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 같은 시각 멜론에서는 20위권에 머물렀다. 향수의 힘은 분명했지만 그 힘이 플랫폼마다 다른 온도로 전해졌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당시의 재회는 방송과 함께 시작해 방송과 함께 끝난 특별 프로젝트였다. 이번 발표가 유독 '지속'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돌이켜 보면 신호는 여러 번 있었다. 지난 4월 이효리의 부친상에는 멤버 전원이 조문했고, 6월에는 옥주현이 SNS에 네 사람이 함께한 사진을 올렸다. 8월 14일에는 이효리가 서울 연희동에서 운영하는 요가원 계정에 옥주현, 이진, 성유리가 나란히 요가 동작을 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2016년 결혼 후 10년 가까이 미국 뉴욕에서 지낸 이진이 올해 들어 한국에 머물며 멤버들과 자주 모습을 드러낸 것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네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좁혀진 시점과 완전체 발표가 정확히 맞물린 셈이다.

이번 활동의 기획과 운영을 맡은 젬스톤이앤엠의 행보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회사는 god 멤버 데니안, 손호영, 김태우가 속한 곳으로, god를 하나의 IP로 삼아 공연과 콘텐츠, 커머스를 묶는 사업을 해 왔다. 올해 4월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고, 6월에는 공연·투어·페스티벌·팬 플랫폼을 전담할 계열사 '젬스톤 라이브' 설립 계획을 밝혔다. god 데뷔 1만 일을 기념한 테마파크형 프로젝트처럼 공연에 MD, 전시, 팝업스토어, 키트앨범을 엮는 방식이 이 회사의 주특기다.

핑클이 god에 이은 두 번째 '레전드 IP'가 된다면 활동의 무게중심 역시 음원 순위 경쟁보다 공연과 팬 경험 쪽에 실릴 가능성이 크다. 네 멤버 각자의 소속사와 관계사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라 운영의 복잡도가 높다는 점도 짚어 둘 만하다.

시장 흐름은 우호적이다. 올해 가요계를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재결합이었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다시 뭉친 아이오아이는 5월 '갑자기'로 멜론 TOP100 정상에 올랐고, 빅뱅은 4월 코첼라 무대로 완전체를 알린 뒤 8월 월드투어에 나섰다. 씨야는 데뷔 20주년 정규 앨범을, 시크릿은 12년 만의 완전체 EP를 냈고, 클릭비는 11년 만의 완전체 콘서트를 열었다. 

한때 '추억 소환'으로 불리던 재결합이 음원과 공연 성적으로 증명되는 '성과형 재결합'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핑클의 라이벌이던 S.E.S.가 데뷔 20주년이던 2016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스페셜 앨범과 콘서트로 다시 뭉친 전례도 있다. 10대 시절 핑클을 응원한 팬들이 이제 구매력이 가장 큰 40대가 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기대만큼 숙제도 분명하다. 첫째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다. 소속사가 스스로 내건 '2026년의 핑클'이라는 표현처럼, 이번 활동의 성패는 히트곡의 재현을 넘어 지금의 네 사람을 어떤 음악과 무대로 설득하느냐에 달렸다. 2019년 신곡이 보여준 플랫폼별 온도차는 향수만으로 새로운 청취자까지 끌어들이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는 시간이다. 뮤지컬 무대에 서는 옥주현, 방송과 요가원을 병행하는 이효리, 연기 활동을 이어 온 성유리, 오랜 공백 끝에 활동을 재개하는 이진까지 네 사람의 시간표는 제각각이다. 일정 대신 '순차적'이라는 표현만 나온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반대로 21년의 공백 자체가 곧 서사라는 시각도 있다. 팀이 가장 빛나던 순간에 멈춰 선 만큼, 멤버들이 지나온 시간과 서로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콘텐츠가 된다는 것이다. 2019년 '캠핑클럽'이 음악보다 네 사람의 대화와 관계로 더 큰 화제를 모았던 경험은 이 시각에 힘을 싣는다.

핑클은 해체를 선언하지 않은 채 21년을 지나왔다. 그 사이 K팝은 거대한 산업이 됐고, 재결합은 추억 여행에서 사업 모델로 바뀌었다. 이번 완전체가 한 번의 추억 여행으로 끝날지, 1세대 걸그룹도 현재진행형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가 될지는 첫 결과물이 공개되는 순간 판가름 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핑클이라는 이름이 여전히 한 시대를 불러낼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남은 질문은 그 이름이 지금 이 시대에 무엇을 말할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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