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BD(빅히트) 제공)

 [한터뉴스= 김연우 기자]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좋아하는 아이돌을 향한 팬들의 마음을 표현할 때 종종 등장하는 말이다. 공부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콘텐츠에 더 마음이 가는 순간도 있지만, 만약 그 최애가 직접 교과서 속 문학을 읽어 주는 선생님이 된다면 어떨까. 수능을 한 달 앞둔 가운데, 아이돌의 목소리로 문학을 만나는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끈다.

 교육부와 EBS가 공동 기획한 오디오 학습 콘텐츠 ‘아이돌이 들려주는 교과서 속 문학’에는 하이브 신인 걸그룹 튜이드(TUIDE)의 서희와 서연을 비롯해 하이키(H1-KEY), 정세운,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 원어스(ONEUS), 82메이저(82MAJOR) 등 다양한 K팝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시와 소설, 수필 등 주요 작품 30편을 아티스트들이 낭독하고 감상을 나누는 콘텐츠다.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개인적인 경험을 더해, 교과서 속 문학을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번 콘텐츠에 참여한 튜이드는 하이브 산하 신규 레이블 ABD가 선보인 첫 걸그룹으로, 서희와 서연을 포함한 7인조 다국적 그룹이다. 지난 8월 24일 첫 번째 미니앨범 《TUNE & PLAY》의 타이틀곡 ‘SUN KISS’로 정식 데뷔했다. 음악과 퍼포먼스로 대중을 만나 온 튜이드는 이번 오디오 콘텐츠를 통해 문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도 자신들의 목소리와 감상을 전한다.
 

 교과서 속 시에 자신만의 경험을 더하다

 이번 콘텐츠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작품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 개인의 경험을 감상에 연결한다는 것이다.

 서희는 김기택 시인의 「봄날」을 낭독한다. 평소 빈티지 디지털카메라로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는 취미를 작품과 연결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풍경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개인적인 습관이 시인의 섬세한 시선과 만나는 셈이다.

 서연은 문태준 시인의 「우리는 서로에게」를 소개한다.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도 때로는 상처를 주는 관계의 양면성을 다룬 작품이다. 서연은 멤버들에게 직접 비즈 반지를 만들어 선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 사이의 관계와 연결의 의미를 풀어낸다.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시의 메시지를 자신의 일상에 빗대어 전한다는 점에서, 청취자 역시 작품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신인 아이돌의 활동 영역, 무대 밖으로 넓어지다

 데뷔 초기 아이돌에게 대중과 만나는 통로는 음악과 퍼포먼스뿐 아니라 예능과 숏폼 콘텐츠 등으로 다양하다. 튜이드의 이번 참여는 여기에 문학 낭독과 감상이라는 또 다른 접점을 더한다. 노래와 춤으로 보여 주던 매력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일상을 대하는 태도까지 드러낼 기회이기도 하다.

 팬덤과 공부는 때로 상반된 관계로 여겨진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듣고 콘텐츠를 찾아보는 시간이 공부에 쏟을 시간을 빼앗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애가 직접 문학 작품을 읽어 주고 감상을 전한다면, 팬심은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를 넘어 새로운 관심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평소 어렵게 느껴졌던 시도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듣는다면 한결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고, 작품을 직접 찾아 읽어 보는 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아이돌의 낭독만으로 문학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거나 학습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계기로 작품 자체에 호기심을 갖게 되는지다. 아티스트의 감상을 출발점 삼아 시의 표현과 의미를 스스로 살펴본다면, 오디오 학습 콘텐츠는 팬덤과 교육을 연결하는 매개가 될 수 있다.
 

 최애의 목소리로 만나는 문학, 새로운 입구가 될까

 수능을 앞둔 수험생에게 좋아하는 K팝 아이돌의 목소리는 단순한 콘텐츠 이상의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지친 하루 끝에 익숙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문장 하나가 잠시 숨을 고르게 하고, 다시 나아갈 힘을 건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은 거창한 말보다 곁에서 건네는 작은 위로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교과서 속 문학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다. 문제를 풀기 위해 분석하던 시에서 자신의 일상과 감정을 떠올리고, 그 안에서 위로를 발견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공부를 돕는 선생님이 되고, 문학이 잠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문장이 된다면 팬심과 공부가 반드시 서로 반대편에 서 있을 필요는 없다.

 2027학년도 수능은 다가오는 11월 19일에 치러진다. 마지막 준비에 집중하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책상 앞에서 보내는 시간뿐 아니라 지친 마음을 돌볼 여유일지도 모른다. 튜이드의 이번 도전이 교과서 속 작품을 새롭게 만나는 계기를 넘어, 수능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응원의 목소리로 닿기를 기대한다.


yeonwoo38@hante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