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중화권, 동남아까지… 숫자로 증명된 K팝 걸그룹의 확장
-‘외국인 멤버’는 상징이 아니었다… 2025 K팝 여성 아티스트의 승리 공식

 

일본, 중화권, 동남아시아를 잇는 촘촘한 팬덤 지형 위에서 K팝 걸그룹들은 더 이상 단순한 인기 그룹이 아니라, 각 지역의 문화적 접점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았다.

 

17일 공개된 한터차트의 연간보고서 '한터 리와인드'의 세 번째 장 '아시아를 정복한 K팝 우먼파워'에서는 2025년 K팝 여성 아티스트들의 성장과 활약상을 데이터로 살펴봤다.



이번 보고서가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외국인 멤버의 존재를 더 이상 상징성 차원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이들은 팀의 글로벌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식적 요소가 아니라, 특정 지역의 팬덤 결집과 실질적 소비를 이끄는 핵심 축으로 읽힌다.

 

트와이스에게 일본과 중화권 멤버는 거대한 티켓 파워로 연결됐고, (여자)아이들에게 태국과 중화권 멤버는 앨범 판매의 중심 시장을 형성했다. 에스파와 아이브는 일본과 중화권, 아시아 전역에서 균형 잡힌 성장 공식을 증명했고, 하츠투하츠는 동남아 시장이 차세대 메가 루키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줬다.

 

► 91만 관객의 집중… 트와이스, 일본과 중화권을 잇는 ‘티켓 파워’

트와이스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는 여전히 ‘현장 장악력’이다. 2025년 트와이스는 11개국 15개 도시, 총 29회 공연을 통해 91만870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 가운데 약 78.8%인 72만4209명이 일본과 중화권에 집중됐다. 전체 팬덤의 크기만이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강하게 동원력을 발휘하는지가 숫자로 드러난 셈이다.

 

이 성과는 멤버 구성과도 맞닿아 있다. 일본인 멤버들로 이뤄진 유닛 미사모의 도쿄돔 공연은 9만8000명을 모았고, 쯔위의 존재감은 대만 가오슝 국가체육장 공연으로 이어졌다. 트와이스는 단순히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는 팀이 아니라, 각 지역에서 ‘우리 팀’으로 받아들여지는 감각을 만들어낸 사례에 가깝다. 2025년 앨범 판매량 113만6367장, 96개국 판매라는 수치 역시 이런 팬덤의 폭과 밀도를 함께 보여준다.

 

2025년 아시아를 호령한 트와이스는 올해 대규모 북미 투어를 진행하며 세계적인 확장을 이어간다.

 

► 태국과 중화권 판매 81.7% 집중… 아이들, 멤버 서사를 시장으로 확대

아이들의 강점은 개별 멤버의 문화적 배경이 팀의 성과와 직접 연결된다는 데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해외 앨범 판매량 가운데 81.7%가 태국과 중화권에서 발생했다. 민니, 우기, 슈화로 이어지는 멤버 구성이 단순한 글로벌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현지 팬덤의 결집을 실제 구매력으로 바꿔냈다는 의미다.

 

성과도 분명하다. 아이들은 2025년 한터 기준 183만7433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고, 제32회 한터뮤직어워즈 디지털 음원 부문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여기에 K팝 걸그룹 최초 타이베이돔 전석 매진이라는 상징적인 장면까지 더해졌다. 이 팀의 2025년은 ‘글로벌 멤버 조합’이 얼마나 강한 지역 확장 전략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 973만 음원 점수… 에스파, 음원·음반·투어의 균형 완성

에스파는 2025년 걸그룹 시장에서 가장 균형 잡힌 성과를 만든 팀 중 하나였다. ‘Whiplash’, ‘Supernova’ 등의 흥행을 앞세워 한터 음원 점수 973만229점을 기록했고, 앨범 판매량도 209만9941장에 달했다. 대중성과 팬덤 화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가 분명하게 확인된 셈이다.

 

투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에스파는 21개 도시 35회 공연으로 40만554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특히 일본 공연이 전체 일정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해외 앨범 판매의 64.7%가 일본과 중화권에서 발생했다. 일본 국적의 지젤, 중국 국적의 닝닝이 가진 상징성과 시장 친화력이 팀 전체의 확장성과 맞물린 결과다.

 

에스파의 2025년은 ‘강한 콘셉트의 팀’이 아니라, 음원과 음반, 공연을 모두 장악하는 대형 IP로의 진화를 보여준다.

 

► 246만 장의 판매량… 아이브, 일본을 거쳐 아시아 전역으로

아이브는 2025년 K팝 걸그룹 가운데 가장 강력한 앨범 판매 성과를 보여준 팀이었다. 총 246만8408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하며 걸그룹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고, 음원 점수 역시 740만 점대를 넘겼다. 팬덤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한 팀이라는 점에서 아이브의 체급은 한층 더 분명해졌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일본을 축으로 한 아시아 확장 전략이다. 전체 공연 16회 중 11회가 일본에서 열렸고, 전체 관객의 66.5% 역시 일본에 집중됐다. 해외 앨범 판매량의 97.9%가 아시아 11개국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아이브에게 일본은 단순한 해외 시장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으로 영향력을 퍼뜨리는 전략적 거점이었다. 일본인 멤버 레이의 존재감은 그 중심에서 팀의 현지 친화력을 강화했다.

 

► 동남아가 선택한 메가 루키… 하츠투하츠의 빠른 안착

하츠투하츠는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새로운 성장 공식'을 보여준 팀이다. 2025년 데뷔 걸그룹 가운데 최고 음원 점수인 161만 점, 그리고 82만8165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단숨에 메가 루키 반열에 올랐다.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수치다.

 

이들의 성장에는 동남아 팬덤의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다. '한터뮤직어워즈 2025' 신인상 투표의 68%가 동남아시아 6개국에서 발생했으며, 국가별 비중은 인도네시아 24%, 베트남 19.3%, 필리핀 17% 순이었다. 인도네시아 출신 멤버 카르멘을 보유한 팀이라는 정체성은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실제 팬덤 형성과 소비로 연결됐다.

 

하츠투하츠는 이제 ‘유망주’가 아니라, K팝이 동남아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팀에 가깝다.

 

► 2025년 K팝 여성 아티스트의 승리 공식은 ‘현지화의 정밀함’이었다

 

결국 '3장: 아시아를 정복한 K팝 우먼 파워'가 보여주는 결론은 단순하다. 2025년 여성 아티스트들의 성장은 어느 한 팀의 독주가 아니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교해진 현지화 전략의 총합이었다. 트와이스는 티켓 파워로, 아이들은 멤버 기반의 지역 집중력으로, 에스파는 전 부문 균형으로, 아이브는 아시아 중심 확장으로, 하츠투하츠는 동남아 공략으로 자신의 답을 만들어냈다.

 

이 보고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순히 '여성 아티스트의 약진'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K팝 걸그룹들이 이제 아시아 시장 안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어떤 방식으로 국가별 팬덤을 산업적 성과로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정밀한 청사진에 가깝다. 2025년의 K팝 우먼 파워는 감각의 승리가 아니라 구조의 승리였다. 그리고 그 구조는 이미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