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빅히트 뮤직

 

팬 투표는 음악 시상식의 공신력을 깎는 요소일까? 방탄소년단(BTS)이 25일(현지 시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두 번째 대상을 거머쥔 날, 이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개최된 AMA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Year)'를 수상했다. 2021년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수상으로, 역사상 해당 부문에서 두 번 이상 수상한 4팀 중 하나가 됐다. 군 복무로 인한 약 3년 9개월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직후였다.

 

이 수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팬 투표 시상식"이라는 이유로 공신력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AMA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MA는 후보 선정과 수상자 결정을 엄격히 이원화한다. 후보는 빌보드와 루미네이트가 집계한 스트리밍, 음반·음원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투어 매출 등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정되고, 수상자만 팬 투표로 결정된다. "팬 투표니까 공신력이 낮다"는 비판은 이 구조의 절반만 본 셈이다.

 

그렇다면 팬 투표 방식은 정말 약점일까. 오히려 반대로 볼 수 있다. 지금 음악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팬의 조직적 참여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팬들은 스트리밍 파티, 소셜미디어 캠페인, 틱톡 챌린지 등 고도로 조직화된 방식으로 아티스트의 음악을 소비하고 차트 성적에 직접 기여한다. 스포티파이 래핑드 2024는 K팝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장르로 선정했는데, 이는 조직화된 팬덤의 스트리밍 운동이 실제 음악 소비 지표를 움직인다는 방증이다.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가 아티스트의 상업적 영향력과 직결되는 구조에서 팬 투표는 그 영향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AMA에서도 투르보 보팅 기간을 활용한 조직화된 팬덤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점은 반론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그 조직화된 움직임 자체가 현 시대 음악 소비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AMA는 오히려 시대를 가장 솔직하게 반영하는 시상식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그래미와의 비교가 의미를 갖는다. 그래미는 오랫동안 "업계 관계자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시상식이다. 비욘세는 그래미 역사상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아티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앨범 오브 더 이어 부문에서는 네 번 연속 수상에 실패했다. 2023년에는 'Renaissance'로 수상이 유력시됐지만 해리 스타일스에게 패했고, 이는 그래미가 대중의 실제 소비 흐름보다 업계 내부의 기준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는 계기가 됐다. 반면 AMA는 처음부터 대중의 음악 소비를 측정하는 시상식으로 설계됐다. 어느 쪽이 지금 음악 산업의 실제 지형을 더 정확하게 읽고 있느냐는 질문에서 AMA의 답은 분명하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수상은 그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팬들이 직접 투표해서 고른 '올해의 아티스트'는 3년 9개월의 공백 이후에도 팬덤의 충성도가 조금도 희석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배드 버니, 브루노 마스, 테일러 스위프트, 해리 스타일스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거머쥔 트로피가 그것을 말해준다.

 

공신력의 기준을 '누가 투표하느냐'에 두면 AMA는 약점이 있는 시상식이다. 그러나 기준을 '지금 음악이 어떻게 소비되고 있느냐'에 두면 AMA는 가장 정직한 시상식이다. 방탄소년단의 귀환이 그것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