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엔시티(NCT) 출신 마크가 지난 3일 크리에이티브 컴퍼니 어퍼룸(Upper Room)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종료 및 엔시티 탈퇴를 발표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새 회사의 이름부터 출범 영상까지, 마크가 선택한 언어들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일관된 세계관이 보인다.
출범과 함께 공개된 어나운스 필름은 마가복음 14장 12~15절로 시작한다. 제자들이 예수에게 유월절을 어디서 준비할지 묻자, 예수가 "a large upper room furnished and ready; there prepare for us(크고 잘 갖추어진 다락방이 있을 것이니 거기서 우리를 위해 준비하라)"라고 답하는 장면이다. 회사명 Upper Room은 바로 이 구절에서 왔다. 어퍼룸 측은 회사명에 대해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성경 속 다락방이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여 준비하는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정확하게 포개진다. 마가복음의 저자 마가(Mark)가 마크 본인의 이름이라는 것도 우연이 아닌 것처럼 읽힌다.
이 언어는 어퍼룸에서 처음 등장한 게 아니다. 지난해 4월 발매된 첫 솔로 앨범의 제목은 'The Firstfruit(더 퍼스트프루트)', 즉 '첫 열매'다. 기독교에서 첫 열매는 수확물 중 가장 먼저 거둔 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의 상징이다. 마크는 당시 이 앨범을 "제 인생을 바탕으로 만든, 정말 모든 걸 쏟아부은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앨범은 발매 직후 미국 빌보드 스태프가 선정한 '2025년 최고의 K팝 앨범' 1위에 오르며 그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NME는 이 앨범을 "자서전 같은 걸작"이라고 평했다.
같은 해 4월 공개된 탈퇴 입장문에도 같은 결의 언어가 흐른다. 마크는 "저의 음악 혹은 열매가 무엇일지, 그것을 어떻게 세상에다가 맺을 수 있을지를 제대로 찾아서 꼭 이루고 싶어진 것 같습니다"라고 썼다. 소명을 찾아 나선다는 언어였고, 어퍼룸이라는 이름은 그 여정의 다음 문장처럼 놓인다.
스물일곱을 앞둔 마크가 익숙한 울타리를 뒤로하고 직접 자신의 방향성을 구체화해 나가는 이 선택은, 그가 오랫동안 써온 언어들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열매, 다락방, 준비. 마크의 새로운 챕터는 처음부터 이 단어들 위에 세워지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방식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건 아니다. 아이돌이 정치색을 철저히 감추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종교처럼 예민한 신념을 작업물 전면에 내세우는 건 일부 팬들에게 불편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티스트의 개인적 세계관보다 팬이 투영하고 싶은 이미지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반면 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자신의 언어를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태도가 주관 있는 아티스트로서의 인상을 강화하는 동시에, 시키는 대로 노래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고민과 신념을 작업물에 직접 담는 창작자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신념을 드러내는 것은 아이돌에게 양날의 검이다. 어퍼룸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새 출발선에 선 마크가 이 검을 어떻게 휘두를지, 그게 이 행보를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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