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2일) 오후 6시, 음악 프로그램 '더 쇼(THE SHOW)'가 약 7개월 만에 방송을 재개했다. 2011년 4월 첫 방송 이후 15년간 이어온 프로그램이 채널을 SBS LIFE로 옮기고, 글로벌 동시 송출 체계를 갖춘 리부트로 돌아왔다. 단순한 귀환이 아니다.
K팝이 세계 시장에서 이례적인 성장을 이룬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저평가된 인프라 중 하나가 음악방송 시스템이다. 매주 정기적으로 음악 무대만을 다루는 방송이 존재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한국에는 심지어 그것이 방송사마다 있어서, MBC M ‘쇼 챔피언’, 엠넷 '엠카운트다운',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까지 사실상 매일 음악 방송이 편성된다. 가수들이 컴백 시즌에 단발성 특별 무대가 아닌, 주 단위로 반복해서 무대를 선보일 수 있는 구조다. 해외 팬 입장에서 보면 더욱 이례적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라이브 무대를 정기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은 콘서트 투어뿐이지만, 한국에서는 매주 방송으로 그게 가능하다.
이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효과는 단순히 방송 노출에 그치지 않는다. 음악방송은 최근 신곡을 낸 아티스트들이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집결하는 장이다. 같은 날 같은 건물 안에 수십 팀이 모인다. 자연스럽게 아티스트 간 교류가 생기고, 팬덤 간 교차 유입도 발생한다. 무대 한 번으로 생산되는 콘텐츠의 양도 압도적이다. 방송 본편은 물론, 화각별 직캠, 현장 포토, 백스테이지 영상, 최근에는 숏폼 콘텐츠까지 수많은 콘텐츠가 한 번의 출연에서 파생된다. 팬들 입장에서는 같은 무대를 여러 각도와 형식으로 소비할 수 있고, 플랫폼마다 콘텐츠가 끊임없이 공급되어 지루할 틈이 없어지는 것이다. 매우 적은 수준의 출연료에 오히려 제반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적자’ 스케줄이지만 아티스트가 음악방송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생태계 안에서 '더 쇼'는 특별한 위치를 점해왔다. 더 쇼는 4대 메이저 음악방송과 달리 중소 기획사와 신인 아이돌에게 열린 무대였던 것이다. 방탄소년단(BTS), NCT DREAM(엔시티 드림), ENHYPEN(엔하이픈) 등 지금은 글로벌 톱 티어가 된 아티스트들이 생애 첫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쥔 곳이 바로 더 쇼였다. MC를 거쳐 간 K팝 아티스트만 40명이 넘는다. 4대 음방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전, 이곳에서 팬덤의 화력을 확인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팀들이 수없이 많다. 1위 트로피를 들어본 팀과 그렇지 않은 팀 사이에는 팬덤 규모, 행사 섭외, 인지도에서 실질적인 차이가 생긴다. 더 쇼는 그 차이를 만들어주는 첫 번째 관문이었다. 오늘 리부트 방송 라인업에 AND2BLE(앤더블), xikers(싸이커스), FLARE U(플레어 유) 등 신인·중소 아이돌이 대거 포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쇼는 지난해 11월 종영 당시 SBS미디어넷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철수로 "재개 없는 완전한 종영"이라고 인사했으나 그 말은 7개월 만에 뒤집혔다. 오히려 채널을 바꾸고, 유튜브와 틱톡 라이브를 통해 전 세계 팬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으로 돌아왔다. K팝을 키워온 음악방송 시스템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 더 쇼의 귀환이 그 답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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