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터뉴스 = 강수영 기자] 지난 주말, 세대도 형태도 다양한 네 팀의 K팝 아티스트가 2026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에 올랐다.
롤라팔루자는 미국 시카고를 본거지로 매년 여름 열리는 북미 최대 규모의 음악 페스티벌이다. 8개 스테이지에 170여 팀의 아티스트가 오르고 매년 4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모인다. 2010년부터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지에서도 열리며 세계로 확장됐다. 올해 롤라팔루자 시카고는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나흘간 개최됐고, K팝 아티스트 중에서는 아이들, 코르티스, 블랙핑크 제니, 에스파가 무대를 꾸몄다.
네 팀의 데뷔 연차는 제각각이다. 제니는 블랙핑크로 2016년 데뷔한 10년 차, 아이들은 2018년 데뷔한 8년 차, 에스파는 2020년 데뷔한 6년 차다. 코르티스는 2025년 8월에 데뷔해 아직 채 1주년이 되지 않은 신인이다. K팝 안에서도 세대가 다른 팀들이 같은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고, 각자 선 자리의 위상 또한 달랐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건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7월 31일 'T-모바일(T-Mobile)' 스테이지에서 60분간 16곡을 선보였다. 앞서 민니는 지난달 6일 아홉 번째 미니 앨범 쇼케이스에서 "롤라팔루자에 참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무대를 꼭 찢고 오겠다"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이를 증명하듯 아이들은 악천후 속에서도 능숙한 무대 매너를 자랑했다. 눈에 띄는 건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마지막 곡이었다. 소연은 'Mono (Feat. skaiwater)'를 마지막 곡으로 소개하며 "이 순간만큼은 우리가 어디에 있든 누구든 모두 하나 되어 이 음악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신도, 성향도, 지향도 다른 이들이 하나 되어 음악을 즐기자는 곡의 메시지와 맞닿은 발언이었다.
다음날에는 코르티스와 제니가 무대를 채웠다. 코르티스는 'T-모바일' 스테이지의 오프닝을 맡아 40분간 11곡을 소화했고, 이 무대에는 주최 측 추산 5만 명이 모였다. 양손 새끼손가락 골절로 치료 중인 건호는 안무를 함께하지 못했지만 무대 위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호응을 이끌었다. 코르티스는 소속사 빅히트 뮤직을 통해 "어릴 때부터 꿈꿔온 롤라팔루자 시카고에 함께할 수 있어 정말 즐거웠다"면서 "두 번째 미니 앨범 'GREENGREEN'을 작업할 때 막연히 상상했던 열정적인 공연 분위기가 현실로 펼쳐져 벅차고 행복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제니는 메인 스테이지인 '버드 라이트(Bud Light)'의 대미를 장식하는 클로징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한국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초의 롤라팔루자 헤드라이너다. 65분간 18곡을 선보인 이 무대는 새 싱글 'Less than a Lover' 발매 이후 첫 라이브였고, 미공개 신곡 'Sweet Tooth'를 처음 공개하는 깜짝 순서도 있었다. 제니는 공연 후 소셜미디어(SNS)에 "새 노래들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내 무대에 와줘서 정말 고맙고, 이 순간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남을 것"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에스파는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인 8월 2일 '알리안츠(Allianz)' 스테이지에 올라 마지막 퍼포머로 60분간 14곡을 채웠다. 'Black Mamba', 'Next Level', 'Armageddon', 'Supernova', 'Whiplash' 등 글로벌 히트곡을 밴드 라이브 세션과 함께 이어갔고, 'Switchblade' 무대에서는 피처링에 참여한 Ty Dolla $ign과 깜짝 합동 퍼포먼스를 펼쳤다. 정규 2집 수록곡부터 'Rich Man', 'Bubble' 등 폭넓은 스펙트럼의 곡을 아우르며 데뷔 7년 차다운 노련한 무대 매너를 보여줬다. 함께 무대에 오른 Ty Dolla $ign은 "에스파가 지금까지 성장해온 모습을 지켜봐 온 만큼, 이렇게 큰 무대를 자신들만의 에너지로 채우는 모습을 보니 큰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네 팀은 저마다의 색으로 롤라팔루자의 사흘을 물들였다. 높은 음반 판매량 기록이나 단독 콘서트 개최가 팬덤의 결집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대형 페스티벌에서의 무대는 조금 다른 결을 지닌다. 특정 팬덤뿐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즐기러 모인 이름 모를 관객들 앞에 서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데뷔 1년 차 신인부터 헤드라이너까지, 그 넓은 무대 곳곳에 K팝 아티스트의 이름이 다양한 높이로 새겨졌다. K팝이 팬덤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하나의 대중적인 글로벌 장르로 스며들고 있음을, 지난 주말 시카고가 조용히 보여줬다.
grace@hant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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