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르세라핌 유튜브 캡처

 

도전을 멈추지 않는 르세라핌이 이번엔 반야심경을 꺼내들었다. 르세라핌(LE SSERAFIM)의 신곡 '붐팔라(BOOMPALA)'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교적 상징이 촘촘하게 깔려 있다. 가사, 뮤직비디오, 안무까지 세 층위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맞물린다.

 

시작은 안무부터다. '붐팔라' 무대는 가부좌를 틀고 합장한 자세로 열린다. 불교에서 가부좌는 명상과 수행의 자세, 합장은 경배와 귀의를 뜻한다. 단순한 시각적 선택이 아니라 이 곡이 어떤 세계 안에 있는지를 첫 장면부터 선언하는 구성이다. 2절 도입부에는 한 멤버 뒤로 다른 멤버들의 팔이 좌우로 층층이 펼쳐지며 한 몸에서 여러 팔이 뻗어나오는 형상을 만들어낸다. 자비와 구원의 손을 뻗는 천수천안관세음보살(千手千眼觀世音菩薩)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뮤직비디오에는 불교적 도상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가부좌와 합장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고, 싱잉볼을 울리는 르세라핌의 모습도 담겼다. 싱잉볼은 불교 명상 수행에서 마음을 집중시키고 잡념을 내려놓는 데 사용하는 도구다. 달걀을 깼더니 안에서 가부좌를 튼 허윤진이 나오는 장면은 알에서 깨어나는 각성과 탄생의 이미지를 불교적 수행의 언어로 풀어낸 것으로 읽힌다. 사쿠라가 연꽃 속에서 피어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연꽃은 불교에서 진흙 속에서도 청정하게 피어나는 깨달음의 상징이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한옥 건물들은 사찰을 연상시키며 이 모든 이미지를 하나의 공간 안에 가둔다.

 

가사는 이 세계관의 언어적 완성이다. "Namaste namaste I'ma stay up", "My celestial chakra is stunning"은 힌두교와 불교를 아우르는 영성의 어휘를 직접 끌어왔다. 나마스테는 산스크리트어로 상대방 안의 신성함에 경의를 표하는 인사이고, 차크라는 몸 안의 에너지 중심점을 가리킨다. "Zen out meditate on the daily"는 선(禪) 수행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 라인이다. 가장 직접적인 대목은 "Everything's empty so everything's clear"다. 비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선명해진다는 이 구절은 반야심경의 핵심 개념인 공(空)사상과 정확하게 맞닿아 있다.

 

이 지점은 제작 의도와도 일치한다. 허윤진은 반야심경의 공(空)과 무(無) 개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르세라핌은 이 곡을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 불안과 외로움에 갇힌 사람들에게 전하는 응원가로 설명한 바 있다. "Nothing's forever so nothing's to fear", "Only loving on myself, I'm coming"으로 이어지는 가사는 무상(無常)의 개념을 자기 긍정의 언어로 번역한 결과다. 두려움의 근원인 집착과 영속성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으면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다. 곡의 제목 '붐팔라' 역시 이 세계관과 이어진다. 허윤진은 듣는 순간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주문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주문, 즉 만트라(mantra)는 불교와 힌두교 수행에서 반복 음송을 통해 마음을 집중시키는 신성한 소리다. 르세라핌이 새로 만들어낸 단어가 의도치 않게, 혹은 의도적으로 만트라의 기능을 담게 된 셈이다.

 

르세라핌은 데뷔 이후 매 앨범 새로운 콘셉트와 음악 장르를 선보이며 도전 자체를 팀의 정체성으로 삼아왔다. 특정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들을 대표하는 특징이다. 반야심경에서 현대인을 위한 응원가를 길어 올리는 것, 그게 지금의 르세라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