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터뉴스 = 강수영 기자] K팝 아티스트의 컴백 기념 쇼케이스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이번 컴백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 물음 뒤에는 특히 수치적인 성과를 묻는 질문이 뒤따른다. 올봄 컴백 대전, 그 질문에 돌아온 답변들이 눈에 띄게 비슷한 결을 보였다.
데이식스(DAY6) 원필은 첫 번째 미니 앨범 발매 기념 인터뷰에서 "앨범을 들으시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 조금이라도 제가 잡아줄 수 있는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태현은 여덟 번째 미니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수치적인 것들 너무너무 중요한데 이번에 멤버들과 이야기 하면서 생각이 든 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게, 결과보다 과정이 행복한 게 너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파(aespa) 카리나는 정규 2집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규 1집 만큼, 혹은 그보다 잘 되면 너무 좋겠지만 저희 곡으로 많은 분들이 에너지를 얻으셨으면 좋겠다. 그게 궁극적 목표"라고 했다. 몬스타엑스(MONSTA X) 형원은 "성적과 돈을 쫓아가는 게 아니라 그 둘이 나를 쫓아오면 잡아먹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셔누는 "좋은 성적이고 나쁜 성적이고 기준도 모호해졌다. 오래 활동하고 팬분들이랑 시간이 지나도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이펙스(EPEX) 백승도 "성과를 크게 잡으면 물론 좋고, 그러고 싶기도 하지만 저희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게 제일 좋은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답변들을 단순히 겸손한 수사로 읽으면 안 된다. 이런 말이 나올 수 있게 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K팝의 역사가 길어졌다는 것이다. 동방신기(TVXQ)는 올해 데뷔 23주년, 슈퍼주니어(Super Junior)는 21주년, 빅뱅(BIGBANG)은 20주년, 샤이니(SHINee)는 18주년을 맞았다. 데뷔 후 20년이 넘어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선례가 실제로 쌓였다. 팬덤의 성격도 달라졌다. 어리고 생기 넘치는 시절의 아이돌을 잠깐 좋아하다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이 들어가며 유대감이 깊어지는 관계성이 생긴 것이다. "오래 보자", "오래 가자”는 말이 더 이상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경로가 됐다. 현 세대의 아이돌들은 "10년 후에도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진심으로 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고 수치가 의미를 잃은 건 아니다. 초동 판매량(발매 직후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은 여전히 유효한 지표이고, 차트 성적은 아티스트의 현재 위치를 보여준다. 달라진 건 성과의 기준이 사라진 게 아니라 다각화됐다는 점이다. 역주행으로 뒤늦게 주목받거나, 수록곡이 숏폼 플랫폼에서 바이럴되며 음악방송 무대를 밟는 경우가 생겼다. 어느 시점에 터질지 모르는 롱런의 가능성이 나타나면서, 단기 수치 외에 다른 방식의 성공이 가시화됐다. 크래비티(CRAVITY) 형준이 "1위해내겠다는 것보다는 그에 맞는 가수가 되려고 노력해야겠다"고 말한 것도, 엔시티 위시(NCT WISH) 유우시가 "시즈니(팬덤 별칭)를 많이 만나는 것과 저희의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는 게 위시리스트"라고 한 것도 이 맥락 안에서 읽혀야 한다.
수치를 묻는 질문에 수치로 답하지 않는 아이돌들. 그 안에는 전략이 아니라 케이팝이라는 산업이 성숙하면서 생긴 새로운 청사진이 담겨 있다.
grace@hanteo.com
관련 기사
이펙스 백승 "성과도 좋지만…우리만의 속도 잃지 않겠다" [HT현장]
'국민 그룹' 1만 일 흐른 지금, 하늘색 풍선은 여전히 펄럭인다 [HT초점]
‘컨템퍼러리 밴드’ 샤이니, 내일(25일) 데뷔 18주년…음악으로 증명해온 동시대성 [HT초점]
몬스타엑스 형원 "성적과 돈,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 [인터뷰 ④]


![버추얼 공연에 수만 명 몰리는 이유…플레이브가 증명해낸 것 [HT초점]](/_next/image?url=https%3A%2F%2Fresource.hanteonews.com%2Fcontent%2Fpost%2F2026%2F06%2F04%2F75061ea6-136a-4c0e-8328-38ca02333afb.png&w=3840&q=75)
!['발목 부상' 보이넥스트도어 명재현 "퍼포먼스 참여하고 싶지만.." [인터뷰 ①]](/_next/image?url=https%3A%2F%2Fresource.hanteonews.com%2Fcontent%2Fpost%2F2026%2F06%2F05%2Ffc370501-d4a8-42ab-a07f-d4a9aa6f6735.png&w=3840&q=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