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FNC엔터테인먼트)

 [한터뉴스= 김연우 기자] K팝 하면 화려한 퍼포먼스와 군무를 떠올리기 쉽지만, 무대 위에서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을 완성하는 아이돌도 꾸준히 존재해 왔다. 아이돌의 대중성과 밴드의 라이브 감각을 결합한 ‘아이돌 밴드’다. 한동안 대중음악 시장의 중심에서 다소 멀어졌던 이들은 최근 밴드 페스티벌의 확산과 데이식스, 엔플라잉, 루시 등의 흥행에 힘입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밴드 음악을 기반으로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팀들이 등장하면서 K팝의 음악적 스펙트럼도 한층 넓어지는 추세다.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아이돌과 밴드의 경계를 잇다

 아이돌 밴드의 대중화를 이끈 대표적인 팀은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다. 2007년 데뷔한 FT아일랜드는 이홍기의 호소력 짙은 보컬을 중심으로 이재진의 베이스와 최민환의 드럼이 어우러지는 밴드다. ‘사랑앓이’, ‘바래’ 등으로 인기를 얻으며 밴드 음악의 대중적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어 2010년 데뷔한 씨엔블루는 정용화의 보컬과 기타를 중심으로 강민혁의 드럼, 이정신의 베이스가 조화를 이루는 밴드다. ‘외톨이야’를 통해 세련된 모던 록 사운드와 아이돌의 매력을 결합한 흐름을 이어갔다. 정용화는 음악 활동과 함께 연기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며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 팀은 멤버들의 연주와 보컬, 팬덤을 기반으로 한 활동을 통해 아이돌 밴드라는 장르의 입지를 다졌다. 이들은 과거의 대표 주자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FT아일랜드는 오는 12월 26일과 27일 서울 명화라이브홀에서 연말 콘서트 ‘FTSODE’를 개최한다. FT아일랜드의 음악을 하나의 서사로 연결하는 콘셉트로, 오랜 시간 함께해 온 팬들과 특별한 공연을 예고했다.

 씨엔블루 역시 최근 일본 정규 8집 ‘FULL CIRCLE’을 발매하고 현지 투어를 이어간다. 오는 11월 도쿄와 나고야, 오사카에서 공연을 개최하며 해외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오랜 시간 쌓아온 음악적 서사를 앨범과 무대로 이어가며 아이돌 밴드의 지속적인 활동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페스티벌의 열기와 함께 돌아온 밴드 사운드

 아이돌 밴드가 다시 주목받는 데에는 공연 문화의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 밴드 페스티벌은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 특유의 라이브와 무대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다. 공연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면서 페스티벌은 새로운 팬을 만나는 기회로도 자리 잡았다. 밴드 음악의 매력이 공연 현장과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동시에 전달되는 셈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데이식스가 있다. 성진, Young K, 원필, 도운이 함께하는 데이식스는 멤버들의 작사·작곡 참여와 다채로운 보컬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깔을 구축해 왔다.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 발표 당시부터 꾸준히 사랑받아 온 곡들이 다시 대중의 관심을 얻으며 밴드 음악의 저변을 넓혔다. 감성적인 멜로디와 공감 가는 가사, 멤버들의 연주가 어우러진 음악은 밴드 사운드가 대중적인 감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데이식스는 음원 차트에서의 성과뿐 아니라 공연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며 아이돌 밴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팬들과의 교감 역시 데이식스의 활동을 뒷받침한다. 지난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다섯 번째 공식 팬미팅 ‘EVERY DAY6, EVERY My Day’를 개최한 이들은 대표곡 라이브와 다채로운 이벤트로 팬들과 만났다. 음악을 중심으로 공연과 팬 콘텐츠를 확장하며 아이돌과 밴드의 장점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사진= 타마고 프로덕션)

 각자의 색깔로 확장되는 아이돌 밴드

 데이식스의 흥행과 함께 밴드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색깔의 아이돌 밴드도 주목받고 있다. QWER은 유튜버 김계란의 유튜브 프로젝트 ‘최애의 아이들’을 통해 결성된 밴드다. 보컬과 기타, 베이스, 드럼을 중심으로 친숙한 멜로디와 경쾌한 밴드 사운드를 앞세워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다. 특히 메인 보컬 시연의 시원한 가창력은 팀의 핵심 매력으로 꼽힌다. ‘Discord’를 시작으로 ‘고민중독’, ‘내 이름 맑음’ 등으로 인기를 얻었으며, 음원과 온라인 콘텐츠, 공연을 아우르는 활동으로 밴드 음악의 새로운 소비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두 번째 투어 ‘ROCKATION : ROCKET LAUNCH!!’를 통해 국내외 팬들과 만나며 공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루시는 바이올린을 더한 독자적인 사운드로 밴드 음악의 폭을 넓힌다. 신예찬의 바이올린과 최상엽의 보컬·기타, 조원상의 베이스·프로듀싱, 신광일의 보컬·드럼이 어우러진다. 기타와 드럼 중심의 밴드 구성에 바이올린의 선율을 더해 청량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악을 선보이며 자신들만의 색깔을 구축했다. 지난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앙코르 콘서트 ‘ISLAND’를 개최하는 등 공연을 통해 팬들과의 만남도 이어가고 있다.

 엔플라잉은 이승협의 보컬·랩과 유회승의 보컬, 차훈의 기타, 김재현의 드럼, 서동성의 베이스가 어우러지는 밴드다. 록 사운드에 힙합적 요소를 결합한 음악과 두 보컬의 조화를 특징으로 한다. 특히 ‘옥탑방’은 발매 이후 역주행하며 큰 사랑을 받은 곡으로, DAY6의 ‘예뻤어’와 함께 밴드 음악의 재발견을 이끈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니 9집 ‘Still’로 초동 판매량 11만 1,447장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타이틀곡 ‘잔불 (Still)’은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한 보컬 챌린지로 화제를 모았다. 음악을 중심으로 한 협업과 콘텐츠가 밴드 음악의 또 다른 확장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 RBW)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아이돌 밴드

 원위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자신들만의 사운드와 무대 경험을 쌓으며 밴드씬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원위는 용훈, 강현, 하린, 동명, 기욱이 함께하는 밴드로, 멤버들의 연주와 보컬이 어우러진 서정적인 밴드 사운드가 특징이다. 국내외 페스티벌과 지역 축제를 오가며 라이브 역량을 선보이고 있다. 청량하면서도 서정적인 밴드 사운드와 에너제틱한 퍼포먼스를 앞세워 관객과 만나고 있으며, 오는 11월에는 요코하마와 타이베이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해 해외 활동도 이어간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건일, 정수, 가온, 오드, 준한, 주연이 함께하며 강렬한 록 사운드를 선보이는 밴드다. 멤버들의 음악적 참여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색을 구축하고 있다. 미니 9집 ‘IMPULSE’의 타이틀곡 ‘Obsessed with Youth’를 통해 청춘의 욕망과 충동을 표현했으며, 국내외 페스티벌과 공연을 통해 라이브 밴드로서의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아이돌 밴드의 재조명은 단순히 밴드 음악의 유행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밴드 페스티벌의 붐과 함께 인디 밴드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밴드 음악 자체가 흥행하고 있는 한편, 아이돌 밴드 역시 밴드와 아이돌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음악적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풍성한 사운드와 뛰어난 라이브 실력, 무대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현장감은 물론, 아이돌로서의 팬서비스와 청춘의 풋풋함이 묻어나는 소년소녀미까지 함께 선보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FT아일랜드와 씨엔블루가 아이돌 밴드의 기반을 마련했다면, 데이식스와 엔플라잉을 비롯한 다양한 팀들은 각자의 색깔로 활동을 이어가며 K팝 밴드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돌과 밴드라는 두 장르의 경계를 잇는 이들의 활약이 K팝의 다음 음악적 가능성을 넓혀갈지 기대가 모인다.

 yeonwoo38@hanteo.com